벼르고 벼르던 나의 첫 차박여행이 시작되었다. 차를 쉐보레 올란도로 골랐을 때부터 한 번쯤 떠나고 싶던 여행이었지만, 그동안 공부와 날씨로 인해서 출발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온난화의 영향인지 5월이 되면서 급격하게 날씨가 따뜻해졌고, 이쯤이면 밖에서 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달력을 보자 연휴까지 보였다. 그렇게 나는 침구류와 배낭 하나를 챙기고 차박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차박의 목적지는 철원으로 정했다. 이유는 서울에서 가깝다는 점과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 출연한 식당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간단히 마음을 먹고 차박을 떠나는 날!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시원히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여행을 축복해 주는 것인가? 이래나 저래나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했다.
철원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포천까지는 고속도로가 있어서 금방 도착했지만, 포천에서 철원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포천까지 시간만큼 걸렸다. 2시간 정도의 운전을 하고 나니, 갈말읍에 도착했다. 친구 중에서 철원이 고향인 친구가 자신의 고향을 말갈을 거꾸로 하면 되다면서 갈말읍이라고 소개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운전에 지친 몸을 좀 쉬게 하고 싶어서, 근처 평점 좋은 카페를 찾아서 들어갔다. '무이무'라는 새하얀 카페였다.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빵으로 점심을 채우고 나니 다시 기력이 돌아왔다. 그리고, 백종원의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 나온 오징어물회집으로 향했다.
갈말읍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차로 15분 정도 거리였고, 비오는 논길을 운전하는 것이 운치도 있었다. 하지만, 도착하니, 오늘은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내일 오픈런을 하기로 결심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갈말읍으로 방향을 돌려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주꾸미 집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들어가니 2인분부터 주문이 된다고 하지만, 하루 종일 쫄쫄 굶었기 때문에 기꺼이 2인분을 주문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너무 많이 먹었나? 부른 배를 움켜지고, 읍내를 조금 거닐기 시작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 아래서 오래된 읍내를 걷는 것은 것이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행정복지센터가 보이고, 그 옆에는 말끔한 교회도 보였다.
그렇게 걷다보니 해가 지고, 추위가 찾아왔다. 그제야 내가 자야 할 곳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무작정 여행을 나선 모양이다. 그래서 내일 아침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정하고, 한탄강으로 향했다.
한탄강 옆으로 펜션과 카페가 즐비했고, 나는 그 앞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자리 잡았다. 바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시골 밤거리를 한번쯤 거늘이야 하지 않겠는가! 걷다 보니, 거대한 GOP라인처럼 연결되어 있는 불빛이 보여 다가가니 철원한탄강은하수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간이라 통행은 금지되어 있지만, 빗물에 힘차게 내려가는 한탄강의 소리와 함께 자연 속에 들어온 것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밤마실도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개구리 소리도 들으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차로 돌아왔다. 돌아온 차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누우니, 떨어지는 빗소리가 예술이다. 그렇게 차박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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