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참판댁에서 나와서 숙소로 향하는 길이 조금 돌아서 간다. 지리산 산맥이 쭉 내려오는 하동은 아무래도 그 산의 높이가 높아서 산을 넘어 다니는 길은 부족하여, 산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하동군청 시내 주변까지 들렸다가 다시금 다른 길로 가도록 길이 형성되어 있다.
숙소로 가는 길의 옆에 섬진강이 펼쳐지고,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벚꽃으로부터 무수한 꽃잎들이 떨어진다. 결국 둘이 참지 못하고, 차를 대고 한껏 즐기기 시작한다. 강아지는 좋아 미쳐 날뛰고, 사람 둘의 카메라에서는 연신 셔터 소리가 나온다.
슬로우모션으로도 한 번 찍어봤는데, 이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영상을 찍고, 조금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도심 속에서 조그마한 벚나무들만 보다가, 이렇게 큰 벚나무들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확실히 사람에게만큼, 나무에게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길바닥에도 벚꽃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누군가가 웨딩마차를 올리면 딱일 정도로 많이 뿌려져 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초지가 있고, 안쪽에도 몇 그루가 햇빛을 마음껏 받으면서 서있다. 돗자리 깔고 눕고 싶다.
조금 더 들어가니, 섬진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동양화를 그릴 줄 알았다면, 한지에 듬뿍 담고 싶다.
이제 차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벚꽃이 휘날린다.
이제 그만 차에 올라타서 다시금 길을 나서는데, 벚꽃길이 쭉 펼쳐져 있다.
너무 이뻐서 잠시 옆길로 빠지기로 했다. 마을길로 내려가서 벚꽃 한 번 느끼면서 드라이브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마을길을 빠져나와, 하동군청을 지나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삼화에코하우스'라고 하는, 폐교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숙소였다. 적량초등학교라는 학교가 있었는데, 이미 모든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간 마당에 아이가 있을 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폐교가 된 모양이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추억이 되살아지는 곳이다. 옛 모교를 찾아온 느낌이 든다.
숙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우리뿐이였고, 온 학교가 우리 것인 느낌이었다.
학교 밖에도 잠시 나와서 앞에 있는 나무들을 한 번 찍으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숙소로 들어갈 시간이다. 학교에서 잠을 잔다니!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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